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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표와 기의

[ 記標-記意 ]

 

기표(記標)와 기의(記意)는 소쉬르가 정의한 기호의 근본을 이루는 두 성분이다. 기표는 기호의 지각 가능하고 전달 가능한 물질적 부분이다. 그것은 소리일 수도 있고, 표기일 수도 있고, 한 단어를 이루는 표기의 집합일 수도 있다. 기의는 이와 대조적으로 독자나 청자의 내부에서 형성되는 기호의 개념적 부분이다. 소쉬르에 의하면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기호 속에 표상되어 있는 외부 현실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자의적이고 관습적인 것이다. ‘나무’라는 문자 자체는 기표, 그 ‘나무’라는 문자의 의미, 혹은 그 문자의 발화를 듣고 (혹은 발화하면서)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개념이 기의이다. 이처럼 기표에 기의가 결합되어 기호로서의 단어 ‘나무’가 된다. 우리가 "사과"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가 만질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인 사과"를 "기의"라고 하고...

   이 "과일인 사과"를 지시하는 인간의 물리적 언어인 음성, 문자를 "기표"라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차이를 통해서 의미를 가진다고 하는 것은 사과라는 기표는 사과라는 기의가 아니라...

 

저 사물을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사과"라고 씁니다. 이 글자가 "기표"입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은 "apple"이라고 쓰고 중국사람은 번체로 "蘋果"라고 씁니다. 각기 다른 언어들이 쓰는 글자/기표랑 저 과일하고 연관은 없다. 

시니피앙, 시니피에

[ signifiant, signifié ]

 

표현되어진 기호가 시니피앙이라면, 시니피에는 그 기호가 의미하는 내용을 가리킨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기호는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는 표시로 간주되며 사물과의 필연적인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스위스의 언어학자인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기호란 분리가능한 두 개의 요소, 즉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기호 속의 발음을 시니피앙, 그 발음에 의해서 생기는 관념적 내용을 시니피에로 간주하였다.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 불가분의 개념을 언어의 본질로 규정하면서 기호와 사물의 관계는 우연적인 결합에 불과하다고 역설하였다. 소쉬르의 이러한 이론은 언어학뿐만 아니라 구조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라캉Jacques Lacan은 시니피앙의 우위를 나타내며,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의 경계선 결여가 정신병을 초래한다며 이를 정신병리학에 원용하였다. 예술에 있어서도 작품의 감각적 표현 양식과 그 이념적 내용의 관계가 이 같은 상호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다.

제목 없는 그림 2.jpg

한편 바르트Roland Barthes는 시니피앙이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 자체이고, 그 뒤에 숨어 있는 함축적인 의미와 내용이 시니피에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신화Mithology》(1957)에서 어떤 사물에 점점 이야기를 붙여서 눈사람처럼 확대되어 가는 상황을 신화라고 설명하였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둘러싼 언어학적 방법론은 현대 미술에도 적용되었다. 신구상회화 화가들은 그림에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바르트의 언어이론인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을 미술에 도입함으로써 해결하였다. 예를 들어 아이요Gilles Aillaud의 동물원 연작에서 동물원 그림 자체는 시니피앙이고, 동물원과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 갇혀있는 현대인의 모습은 시니피에인 것이다. 신구상회화 작가들이 바르트의 《신화》를 읽었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1967년 <일상의 신화>라는 그들의 전시회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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